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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덕적 해이로 '국가改造'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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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10-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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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공공기관의 '모럴 해저드'는 심한 질책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도덕적 해이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거의 들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이내 잊어버린다. 다음해에는 더 심한 '모럴 해저드'가 각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렇게 '악의 고리'가 순환하면서 모럴 해저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실정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마땅한 채찍과 응징이 없으니 국회의원의 '지적 사항'에 그칠 뿐, 독버섯은 더욱 활개치고 있다. 오히려 모럴 해저드가 없는 곳이 이상할 지경이다.
 곳곳에 산재한 비리(非理)와 부정부패는 관계기관의 도덕적 해이에서부터 출발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듯' 도덕불감증을 초기에 엄히 다스리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거의 '백화점'수준이다. 이런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지 않고 어떻게 적폐(積幣)를 도려낼 것인지,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      
 올해도 국회에서 불거진 모럴 해저드 사례를 보면 기가 찬다. 한국거래소는 직원들이 자비연수를 가는 경우까지 월급여는 물론 상여금, 경로효친금, 직무수당 등 각종 수당을 100%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금융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금융감독원 등은 자비연수 시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것과 너무나 대비된다. 거래소는 또 2012년부터 2년7개월 동안 정원의 절반이 넘는 400여명이 151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소요 경비는 총 21억8천만 원으로 1인당 500만원을 넘었다. 직원들이 다닌 곳은 라스베이거스, 리스본, 시드니, 이스탄불 등 휴양지가 대부분으로 '선심성 외유' 의혹이 짙다. 거래소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고액 연봉 등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거래소를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 7월엔 관리대상에서 해제했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업기술진흥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68명을 승진시키면서 발령일을 2012년 3월로 소급시키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예산 30억원이 남자 아무 근거도 없이 임직원에게 1인당 최고 7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했다.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연구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으로 명품을 구입했고, 국토연구원은 2010∼2014년에 법인카드 사용 금지 업종인 일반주점에서 321차례에 걸쳐 3천851만3천원어치를 결제했다. 은행연합회는 의대, 치대를 다니는 대학생 자녀는 물론 특목고를 다니는 자녀에게도 금액에 관계없이 학자금 전액을 지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한 포상금을 일선에서 영업을 하는 직원은 뒷전이고 청장, 국장 등 고위 간부들이 거의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장은 일반직원의 40배에 달하는 포상금을 챙겼다. 대충 열거해도 이 정도다.
 도덕적 해이는 총체적 비리의 근원이자 모든 적폐(積弊)의 시발점이다. 인간적·사회적 신뢰는 물론 국민 단합을 무너뜨리는 독소이기 때문이다. 도덕이 무너진 곳에 '창조경제'와 '국가개조'는 없다. 내년에는 또 어떤 희한한 사례가 불거질지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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